명지대학교 선정원 연구부총장(법학과 교수), ‘근정포장’ 수여

  • 분류교수
  • 작성일2020.11.27
  • 수정일2020.11.27
  • 작성자 김*현
  • 조회수3181
명지대학교 선정원 연구부총장(법학과 교수), ‘근정포장’ 수여 첨부 이미지

 

명지대학교 선정원 연구부총장이 제8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선정원 연구부총장은 공무원과 법, 주민소송, 자치입법론, 규제개혁과 정부책임,행정법의 작용형식, 행정법의 개혁 등의 저술 활동과 지방자치관련 학술대회 및 연구논문 발표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발전에 학문적으로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근정포장을 수여받았다. 2001년 명지대학교에 부임하여 제자양성 및 학문적 성취를 쌓아가고 있는 선정원 연구부총장을 만나 소감을 비롯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근정포장을 받으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청년 시절에 행정법 학자가 되어야겠다고 목표를 세운 뒤, 꾸준히 글을 쓰고 학생을 가르쳐 왔습니다. 최근 5년 사이에 여러 책을 출간했습니다. 사회에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담은 논문들이 학술지에만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정부 입법에도 참여를 많이 했습니다. 주민소송 관련해서는 입법의 초안 작성부터 제 손이 닿았습니다. 행정자치부와 같이 전국 공청회를 추진하며 국민에게 알리는 일도 했고요. 직책으로는 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을 거쳐, 현재 한국지방자치법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행정법에 지방자치법만 포함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연구 분야 중 하나라 이쪽에 기여를 많이 하게 됐습니다. 1029일이 지방자치의 날인데, 한국지방자치법학회에서 저를 추천해 주셔서 이렇게 포장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영광이고, 처음으로 이렇게 국가로부터 훈포장을 받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저 평범하게 직업에 맞는 일을 묵묵하게 해왔을 뿐인데, 이렇게 축하를 받을 기회가 생겨 영광입니다.

2. 부총장님께서는 지방자치 발전 및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이번 근정포장을 수여 받으셨는데요. 그동안 교수님께서 남겨오신 발자취가 궁금합니다. 더불어 근정포장을 받게 된 결정적인 업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결정적인 업적이라는 것을 고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은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발자취를 이야기할 때 지방자치와 관련된 책을 빼놓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공무원과 법, 주민소송, 자치입법론등이 출간되어 있고 내년 봄쯤에 지방생존과 정책법이라는 책도 곧 세상에 나올 예정입니다만, 저에게 가장 뜻깊은 책은 처음 출간한 공무원과 법입니다.

공무원과 법은 명지대학교와도 연이 깊은 책입니다. 저는 지방에 있는 대학교에서 법학과 교수로 있다가, 명지대학교에 부임하면서 행정학과로 왔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의도적인 이동이었습니다.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제 꿈 중 하나가 바로 실학사상의 현대화입니다. 목민심서를 읽다 보니, 행정법과 행정학을 통합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그런 책을 쓰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법학은 박사 학위까지 받았으니 공부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 나이에 행정학을 다시 공부하기는 어려웠죠. 저는 어떤 신념을 가졌을 때, 기독교식으로 말하자면 소명을 가졌을 때 온몸으로 기회를 붙잡고 실천하는 것이 진짜 살아있는 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으로 과감하게 명지대학교 행정학과로 왔습니다. 학생들에게 행정학 개론을 가르치고, 교수님들과 교류하며 실제로 행정학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정법과 행정학을 통합시키고 논문 쓰는 것에만 그쳤다면 저에게도 아쉬움이 남았을 것입니다. 그 당시 일본에서도 지방행정에서의 행정법과 행정학을 통합시킨 학문이 탄생했습니다. 저는 항상 역사를 배우는 것보다 살아있는 학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한국에는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이 드문 것 같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집필하게 된 것이 바로 공무원과 법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또 하나의 꿈이 전통과 현대를 융합해 실학사상을 현대화한 결과물을 하나의 책으로 집필하여 대학교 사회에 정착시키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법학과를 벗어나 모든 학생들이 듣는 교양과목으로 개설해 가르치고 싶었고, 이런 꿈이 다른 대학으로도 퍼져서 다른 학자들이 스스로 살아있는 학문을 만들 용기를 얻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공무원과 법이라는 교양과목이 명지대학교에 개설되어 우리 학생들과 그 꿈을 공유하는 영광과 행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공무원과 법집필 이외에도 지방자치의 발전 관련해서는 주민소송제도를 도입하고, 대법원 판례며 정부 입법에 작용하는 책을 쓰는 등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의약법과 같이 생명공학과 노령화가 병존하는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학문도 개척하였고요. 의약품허가, 의료공법, 건강보험 등을 묶는 이름으로 의약법이라는 명칭도 제가 창안했습니다. 그러하니 의약법이나 주민소송같은 책이 전문가들에게는 훨씬 더 인정받을 만한 성과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게 가장 가슴 뛰고 의미 있는 책은 여전히 공무원과 법입니다. 전문서적이면서 교양서적이고, 주체적인 책이면서, 행정하고 행정법학을 통합시킨 책이고, 한편으로는 자치체정책법무론이라는 주체적 학문을 만들어가고 있는 일본 학자들과 비슷한 시기인 1990년대에 실학사상의 현대화, 우선 목민심서의 현대화의 뜻을 품고 일본의 학문에 대항하고자 하는 의식을 가지고 쓴 책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이나 일본을 돌아다니고 우리 지방공무원들을 인터뷰하며 하나 하나의 글을 쓰고 행정공무원시험과목등의 개편에 영향력을 미치면서 지방공무원들과 함께 열정정을 바쳐서 썼습니다. 현장공무원들을 위해 현장행정에 관해 행정법학과 행정학을 통합시킨 책으로써 학문간 고질적 폐쇄성을 타파하는 데에도 기여하기를 바랬습니다.

일본인들은 이제 자치체 정책법무론등을 통해 세계에 통용될 만한 자기 학문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많은 젊은 학자들이 거기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타이틀 위주의 객관적인 권위에 몰입하여 외국의 확립된 권위에의 의존이 주는 편안함에서 잘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또다시 언제가 이와 같은 용기의 부족의 댓가를 치르지 않을까 우려되는 마음이 큽니다. 외국의 것들을 받아들이되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서 중심과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시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로서는 발걸음을 뗐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고, 그것을 인정해 주는 외부의 학자들도 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의미를 찾습니다.



3. 현재 연구부총장, 법학과 교수 등 여러 직책을 겸임하고 계십니다. 여러 직책을 수행하시면서 교수님만의 연구철학이나 가치관이 생기셨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부총장으로서 학교를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저를 관통하는 명제를 이야기하려면 저의 학생 시절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치하하던 시기라 정부와 학생의 대립이 심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조선 후기의 사문난적이나, 해방 전후 사상의 대립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해방 전후에 공산주의, 마르크시즘 자체에 대해 몰입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북한은 지금도 그렇고, 어떤 면에서는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리학이 정착시킨 문치주의 때문에 학문이나 이성에 대한 존경심이 국민들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고, 교육열이 높은 것은 긍정적인 점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상이든 너무 몰입하면 맹신이 됩니다.

학생들이 유학도 많이 가고 배움도 깊어졌지만, 여전히 중국과 일본보다 작은 약소국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젊은 학생들은 이른바 서열 의식에 굉장히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것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소명을 가져야 합니다. 동양사상과 현대사상, 기독교와 유교 등 서로 다른 사상에서 공통적인 것을 추출하고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 또 많은 한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추출해서 소명의 저변을 넓혀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지역감정, 학벌, 권위 등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페이스대로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래 소명을 가지고 거기에 헌신하고,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야 이 시대의 정치 갈등, 종교 대립 등이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명지대학교 학생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신만의 소명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고, 그 소명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4. 2001년부터 약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명지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요. 후학을 양성하시면서 중점으로 생각하시는 부분이나 교육철학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더불어 제자들과의 일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저는 학자의 길을 가는 과정에서 부모님과 갈등을 많이 겪었습니다. ·판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탓에, 제가 가는 길에 대한 응원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삶을 살다 보니, 제가 가는 길에 대한 제 나름의 정당화를 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스스로에게 항상 질문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사는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무엇을 위해서 하는 거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합니다. 간단하게 그 답을 내리자면, 행복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저를 찾아와 상담을 청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공부에 관한 상담도 많지만, 주로 진로 상담입니다. 어떻게 보면 법대는 경직된 대학입니다. 로스쿨에 가거나, 법원직을 한다거나 하는 식의 정형화된 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다른 진로를 원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행정학과에 있을 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꼭 로스쿨에 가거나, 공무원이 될 필요는 없다. 십 년, 십오 년 후에 동문회에 가서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의 직업을 목표로 해라.” 표로 삼은 직업이 부모님이나 주변 지인들의 마음에 차지 않는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하고, 마음의 중심을 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진로탐색을 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1~2년 안에 답을 찾습니다.

또 저를 찾아와 주로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들은 공무원 시험을 5, 10년 준비하고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학생들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원위치로 돌아가서 생각하라는 말을 합니다. 무의식의 내가 나를 괴롭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밤에 찾아오는 다른 생각이 낮의 자신을 파괴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자신을 통일시키지 않으면 길을 일관되게 가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친구들에게는 여행을 권합니다. 섬 같은 고요한 곳으로 여행을 가서 자기와의 대화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인생에서 풍파를 만날수록 좋은 것은 고전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이황의 자성록이지만, 따로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그 책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책, 배울 것이 있는 책 한 권을 곱씹다 보면 살아갈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합격한 친구들에게는, 학교에 나와서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해달라 설득합니다. 대한민국 같은 경쟁 사회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단칼에 얻을 수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 다들 너무나 많은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어느 길이건, 자기 여건에 맞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서 듣는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늦은 나이에도 희망을 가지고, 대안을 찾고, 젊은 나이에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몰입하게 하는 것이 저에게는 큰 의미입니다.



5.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명지대학교 제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더 조언할 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한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삶이 어렵더라도, 어려움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죽고 싶을 만큼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여행을 하고,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견딜 만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상황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길이 생기는지를 스스로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대화를 통해 중심점을 찾아야 자기가 자기를 도울 수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얻고 얼마를 벌어야 행복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그려지는 그림은 있겠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고자 하는 길이 돈과 명예와는 거리가 먼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안하게, 안정적으로 자기 꿈을 이루는 길을 가고 있으면, 결국 사람들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어려움에 처할수록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마음의 온기, 생명력의 원천을 찾아서 대화하고, 그곳에 집중하기를 바랍니다.


6.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이야기를 하면서 항상 앞을 봐라, 또 봐라, 그리고 항상 새롭게 봐라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신 적 있습니다. 김우중 회장 또한 항상 넓은 세상으로 가라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저는 굉장히 많은 유혹을 뿌리치면서 살아왔습니다.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학계의 중심점을 통과하고, 지금은 다른 학회 회장이나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부총장을 맡고 있고, 어느덧 나이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저는 사대주의를 극복하고, 동양사상의 현대화를 통해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이 대등하게 교류하는 일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적인 학문이 곧 세계적인 학문이 되려면, 사상적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과감하게 막혀 있는 벽을 뚫으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술자리에서 한 마디, 신문에 기고하는 짧은 칼럼으로는 부족합니다. 물론 수많은 고난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견뎌내는 것이 신앙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삶의 태도로 학생들과 자식들에게도 모범을 보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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